[Interview] KAIST 기계공학과 신경재활공학연구실 박형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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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순 교수는 박사과정 학생으로 KAIST 기계공학과에 재학 중이던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단지 로봇을 잘 만들거나 제어를 잘 하는 것이 내 인생을 달라지게 할까? 지금은 다른 사람을 돕고 있는 것 같지 않은데 왜 이 공부를 해야 하지?’ 그 고민 끝에 찾은 것이 재활로봇 분야였다.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돕는 다양한 로봇을 개발하던 중, 그는 사람들이 운동을 위해 런닝머신으로 사용하는 트레드밀을 보다 효과적인 보행 재활훈련 도구로 활용하는 데에 눈을 돌렸다. 그리고 오랜 연구 끝에 성능 업그레이드에 성공했다.

많은 연구자들이 처음에 관심이 많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새로운 시도를 해서 논문을 발표하는 것이죠. 하지만 제 연구철학은 당장 쓸 수 있는 걸 하자예요. 그래서 제 연구실에서는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을 위주로 연구개발하고 있습니다.”

 

  • 혁신과 보편을 녹여낸 새로운 트레드밀

기존 보행 재활훈련은 물리치료사가 훈련을 돕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보행 재활훈련을 돕는 등속보행 트레드밀도 사용하지만, 물리치료사가 직접 참여하는 훈련과 비교했을 때 효과가 미약하다. 물리치료사는 환자 개개인의 상태를 직접 체크하면서 환자 친화적인 방법으로 하는 반면, 기존 트레드밀은 환자의 상태와 개인적인 요구사항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레드밀 자체는 안전성 접근성 등 장점이 매우 많은 재활훈련 도구입니다. 이 연구를 시작한 것이 2011년도인데요. 그 해 팸 던컨 박사님이 미국 내에서 숙련된 물리치료사와 트레드밀의 재활훈련 효과를 비교한 대규모 연구결과를 보고했습니다. 결과는 물리치료사가 하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었어요. 저는 이 내용을 보고 트레드밀의 장점을 극대화 해 기존의 트레드밀을 더욱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박형순 교수는 트레드밀 위를 걸을 때 현실의 느낌과 똑같이 연출하는 방법에 초점을 맞췄다. 걷는 사람의 속도에 맞춰 트레드밀이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한 것이다.

“가장 먼저 제어기를 개발했습니다. 사용자가 걷는 속도대로 트레드밀이 따라오게 하려는 의도였지요. 여러 가지 연구 끝에 ‘걸을 때 스윙하는 발의 최대 속도는 보행 속도와 비례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어요. 그래서 트레드밀 주변에 동작분석 카메라를 설치했지요. 카메라로 발의 스윙 속도를 체크해 사용자의 보행 속도 변화에 대한 의도를 파악하는 센서를 개발했습니다.”

이 새로운 트레드밀 속에 녹아든 혁신과 보편은 다음 단계에서 빛을 발한다. 박형순 교수가 개발한 트레드밀은 일반 트레드밀과 같은 1.5m이다. 짧은 길이의 트레드밀에서 보행자의 속도변화 의지를 신속하게 파악하여 보행자가 지면에서 보행속도를 변화할 때와 똑같은 느낌으로 트레드밀 위에서 자유롭게 보행속도를 변화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동작분석을 위한 카메라도 최초 모델에는 고가제품을 썼는데, 참여 학생들의 아이디어로 현재에는 2~30만원 정도 하는 카메라를 사용한다. 트레드밀 길이가 2~8m에 이르고 가격 또한 수백만 달러인 해외 유사 자율속도 보행 트레드밀과 비교하면 성능을 아주 혁신적으로 개선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불어 이 트레드밀은 가상현실을 이용해 직선레일에서 곡선보행이 가능하다. “약간의 트릭을 썼습니다. 트레드밀 앞에 설치된 화면을 보면서 훈련할 때, 내가 어디를 보고 있느냐에 따라 가상환경이 디스플레이 되는 각도도 달라져요. 그래서 마치 내가 곡선보행을 하는 것처럼 느끼죠. 파킨슨병 환자 같은 경우에는 곡선보행 시 잘 넘어져서 훈련이 꼭 필요한데 그 환경을 최적으로 만들어줍니다.”

 

  • 자유롭고 목표지향적인 연구가 가능했던 KAIST END RUD Seed Project

박형순 교수는 이 트레드밀을 보급형으로 만들기 위한 과정에서 KAIST END RUN Seed Project에 참여해 지원 받았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과 협업해 병원에서는 임상에 적용하고 박형순 교수는 적용 사례를 바탕으로 기술적인 개선을 꾀했다. 결과적으로 이 트레드밀 기술은 일반 트레드밀에 서보 모터를 설치하고 동작분석을 위한 카메라, 센서, 가상환경을 보여주기 위한 화면만 있으면 구현할 수 있다.

“KAIST END RUN Seed Project에 참여하면서 느낀 것은 이 프로젝트가 제 연구철학과 맞아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제 연구철학은 ‘당장 쓸 수 있는 걸 하자’예요. 우수기술에 대한 사업화를 돕는 프로젝트와 제 연구철학이 방향이 같다는 것이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는 자율적이고 목표지향적이에요. 불필요한 서류작성을 최소화 하여 연구자의 자율성을 확보해주죠. 최종발표도 5분 이내에 중요한 키 포인트만 결과위주로 심사위원들에게 전달하면 돼서 매우 효율적입니다.”

 

  • 재활분야 로봇 공학자들에 던지는 메시지

박형순 교수가 개발한 트레드밀은 기술적으로도 뛰어나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 또한 뜻 깊다. “저는 이 트레드밀 성능 업그레이드가 재활분야 로봇공학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로봇공학자들이 로봇을 사람을 돕는 일에 적용하고자 할 때 로봇을 먼저 생각해요. 그러나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은 사람입니다. 만일 문제의 해결책으로 로봇이 최선이 아니라면 값비싼 로봇은 과감히 버리고 가장 최선의 솔루션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이 트레드밀은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기술을 집약해 환자들이 보편적으로 쓸 수 있게 만들었어요. 이 메시지를 통해 앞으로 재활로봇분야에서 만큼은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기술개발이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 뇌질환으로 몸이 불편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자는 단 하나의 목표

이 트레드밀에 대한 효과는 보행 재활훈련 시 효과 평가 척도 중 하나인 보행의 대칭성 회복에 두각을 나타냈다. 또한 뇌파 분석에서 특히 좋은 결과를 얻었다. 기존 트레드밀 훈련과 비교했을 때 박형순 교수가 개발한 트레드밀로 훈련 시 뇌파 활성도가 굉장히 높았다. 이는 자신의 속도와 의지대로 훈련하는 것이 뇌기능 회복에 얼마나 중요한 지 보여주는 결과다.

“현재 저희 연구실은 뇌파연구에 큰 관심을 쏟고 있어요. 어떤 재활운동을 했을 때 더욱 효과적인가를 뇌파연구를 통해 알아낼 수 있다면, 사용자에게 딱 맞는 훈련 장비와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박형순 교수가 성능 업그레이드한 트레드밀은 이제 다음 단계를 생각한다. 장기적인 임상실험을 통해 성능 입증에 집중하려는 것이다. 그의 연구 목적은 단 하나다. 뇌질환으로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다. 이 트레드밀이 박형순 교수의 꿈을 이루고, 보행능력 회복을 소원하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미래가 될 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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