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KAIST 신소재공학과 김일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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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뼈 속까지 연구원

처음 가는 창업의 길, 돌다리도 두드리다.

창업을 앞둔 스타트 업들의 마음은 조급하다. 자신뿐 아니라 창업의 비전을 공유하는 많은 이들의 사활이 걸려 있는 문제이다 보니 서둘러 제품을 시장에 내놓고 수익을 빨리 창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창업을 앞두고 오히려 담담한 이가 있다. 창업원으로부터 3건의 지원을 받아 창업의 모든 제반을 갖춘 후 ‘탕!’하고 출발음이 울리자 “잠깐, 홀딩!”를 외쳤다. 바로 카이스트(KAIST) 신소재공학과 김일두 교수(43)이다. 왜일까, 그를 만나 대답을 들었다.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단 말도 있지 않은가, 스타트 업에게는 조금 더 높은 차원의 접근이 필요합니다.”

엔드런(End Run)’으로부터 3건의 기술 지원

김일두 카이스트(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43)는 73건의 논문과 180건의 특허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경력이나 나이에 비추어 보았을 때 상당히 많은 양이다. 뿐만 아니라 엔드런(End Run)으로부터 ‘날숨센서’, ‘리튬공기전지’, ‘폐 실리콘을 이용한 2차 전지 기술’로 3건의 지원을 받아 창업의 불을 지피고 있다.

“전지의 꽃이라고도 할 수 있는 ‘리튬 공기 전지’는 큰 용량을 강점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오갈 수 있는 전차도 만들 수 있는 기술입니다. 하지만 난이도가 굉장히 높기 때문에 사업화가 되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합니다. ‘날숨 센서’는 사람이 호흡할 때 내뱉는 날숨으로 폐암이나 당뇨 등 각종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바이오센서 기술입니다. 센서 쪽은 저희 연구팀이 워낙 독보적이다 보니 창업을 하기도 전부터 투자자들이 몰려들었죠. 그리고 올해 개발한 ‘폐 실리콘 2차 전지’는 태양전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폐 실리콘으로 전지를 만드는 기술인데 단점이 전혀 없는 하이 퀄러티 제품입니다. 이 제품의 경우 이미 창업 준비를 마친 상태입니다.”

그러나 김일두 교수는 연구에 있어선 물불을 가리지 않아도 창업에 있어서만큼은 돌다리도 두드려 가자는 식이다. 이미 창업 전부터 투자자가 몰려들었다는 ‘날숨 센서’는 라이센싱 (Licensing)만 하는 것으로 전략을 바꾸었고, 올해 진행하던 ‘폐 실리콘 전지 사업’도 1년간 보류하기로 했다.

 

서두르지 마라, 많은 사람들의 조언에 귀 기울인 후 창업하라!

‘폐 실리콘 전지’사업엔 많은 투자자들이 몰렸고, 창업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이 세팅 되었다. 그러나 마지막 단계에서 그가 홀딩을 시켰다. 왜냐는 질문에 김일두 교수의 대답은 매우 명료하다. “연구원으로서 가본 길이 아닌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의 대답에서는 연구원으로서의 또렷한 정서와 뚜렷한 목표의식이 엿보인다. 사실 김 교수는 올해 창업을 계획하며 카이스트 창업원의 김병윤, 안성태 교수와 여러 차례의 만남을 가졌다. 그러면서 창업의 현실에 눈을 뜨기 시작했고 자신만의 소중한 가치를 발견했다.

“사실 처음에는 창업을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교수님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고는 들떠있던 마음을 조금 가라앉히고 심사숙고하게 되었습니다. 두 분은 모두 창업의 경험자로 가슴에 와 닿는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연구소 기업과 개인 벤처 기업 중 어떤 형태가 좋을 지에 대한 자문을 받고, 좋은 엔젤 투자자들도 소개 받는 가운데 그 분들이 한 결 같이 해 주신 말씀이 있었습니다. 바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 봐라!”였습니다.”

 

100%를 쏟지 않으면 회사는 성공할 수 없다

처음에는 좋은 아이템과 기술만 가지면 얼마든지 창업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혼자서도 다할 수 있겠다, 잘 할 수 있겠다고 생각을 한 것이다. 그러나 김병윤, 안성태 교수의 조언을 따라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 후 사업의 노하우는 기술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박용근 교수로부터 굉장히 큰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성공한 창업가 박용근 교수님께서는 회사는 최대한 늦게 차릴수록 좋다고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가령 회사에 1, 2, 3의 스테이지가 있다면 2, 3스테이지까지 완벽하게 계획을 해놓고 그 과정에 필요한 전문가들을 뽑아 완벽한 프로세스를 갖춘 후 회사를 설립하라고 하셨지요. 회사가 설립된 후 바로 생산과 개발이 폭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렇게 준비를 갖추고 회사를 설립해야 비용 소모도 적고, 리스크도 준다고 하셨습니다. 리스크 관리를 못하면 하루 아침에 문을 닫을 수도 있는 게 스타트 업의 환경이니까요.”

김 교수에게는 마침 믿을만한 친구가 있었다. 같은 실험실에서 박사과정을 하고 학위를 받은 친구로 현재 태양열 에너지 회사에 재직 중이다. 김 교수에게 폐 실리콘 사업을 제안하고 폐 실리콘을 공급을 했을 만큼 전문가이지만 친구는 경영, 회계 쪽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두 사람의 파트너십은 완벽했다. 친구가 경영에 몰두하는 사이 김 교수는 연구에만 몰입하며 완벽한 스테이지를 구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 정도를 더 고민하려고 한다. 그는 연구를, 친구는 경영에 100%를 쏟아 경쟁 기술들에 대한 심도 있는 서칭을 해보려는 까닭이다.

 

연구실은 즐거운 놀이터, 뼈를 묻을 터

어려서부터 물체를 이룬 소재에 관심이 많았던 김 교수는 도자기 공예를 전공한 누나와 깨지지 않는 세라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세라믹 재료공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국내 최고 연구중심대학인 KAIST의 연구실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조직의 미션(mission)이 존재하는 곳이지만 김 교수에게 연구실은 정말로 즐거운 놀이터이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개발하고, 새로운 물질을 합성하고, 새로운 논문을 쓰고, 새로운 특허를 받는 것 자체가 힐링이자 소중한 가치이다.

“제가 연구를 하는 궁극적 목표는 제가 개발한 기술이 실생활에 널리 유용하게 쓰이도록 하는 것입니다. 하나가 아니라 많을수록 좋습니다.”

자신의 일이 단순한 연구가 아니라 ‘인류의 안녕’에 기여하는 일이라 정의하는 김일두 교수는 학과에 들어 온 학생들 중 3분의 1이 지원을 할 정도로 인기가 많은 연구실을 이끌고 있다. 집단 지성을 중요히 생각하는 그는 성적이 좋은 친구들을 뽑기 보다는 인성이 바르고 목표가 뚜렷한 학생들을 중심으로 선발하고 있다. 그는 학생들에게 “늘 깨어있으라! 목표를 구체화하라!”고 가르친다. 비전의 구체화를 매우 중요시 여기기 때문이다.

연구든, 회사든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자신이 하는 일이 어떤 일이고, 무엇을 위해하며,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늘 생각하고, 깨닫고, 또 깨어서 생각해야 한다고 전한다.